일기장/잡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란게..

초인로크 2021. 4.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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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낸다는 게 참 어렵다.

 

게임하는 것처럼 무슨 공략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지점에 가서 세이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많이 힘든 거 같다.

 

그러다 보니까 살면서 자꾸 지치고 다른 생각이 들고 겁이 나고 그렇다.

 

나도 지나고 와서 보니까 운이 좋았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때그때 힘든 일이 있었을 때는 참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교환학생 때는 연구란 것을 잘 모르고 여행 다니고 외국인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면서 너무 즐거운 것 만 봐 오다 보니

 

외국 생활에 대한 좋은 인상만 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는데,

 

인생이 실전이라고 석사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니까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집에서 나올 때는 내가 공부하면서 돈 벌고 다 한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면서 나왔는데,

 

막상 공부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니 알바 자리도 찾기 쉽지가 않고... 

 

지금이야 알바 자리가 너무 널려서 외국인들이 일하기 쉬운데 그 당시만 해도 동네 알바에 외국인을 잘 안 써주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랬었다.

 

멋도 모르던 때에는 학교 앞 슈퍼에 토요일 일요일만 아르바이트하면 안 되냐고 면접을 봤는데,

 

이건 유학생들에게 팁인데, 최소 4일은 해야 잘 뽑아준다는 것을 나는 모르던 때라 당연히 떨어졌다.

 

편의점 알바를 하려고  해도 마찬가지고 주말만 한다는 알바는 잘 안 뽑아 주더라.

 

모 약국에 시급 850엔짜리 알바가 나왔길래

 

내가 너무 일이 하고 싶고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압박감에 전화를 좀 허술하게 했던 모양인지,

 

그 점장이 자기네들 같이 정평이 난 가게에 너 같은 사람은 면접을 보는 것은커녕 전화에서 글러 먹었다고 퇴짜를 받았다.

 

그때 느꼈던 그 쇼크는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그 목소리가 잊히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가게 체인은 지금도 잘 안 간다. 그 점장이란 사람이 아르바이트생도 손님이라는 걸 간과한 듯..

 

와 너무 불안하고 또 불안해서 어떻게 하지 싶어서 눈물이 앞을 가리던데,

 

마지막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슈퍼 산와"에서 급히 알바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을 했더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더라.

 

전에 전화로 하도 혼이 나서 진짜 정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면접을 보고 나서 며칠 뒤에 전화가 왔는데 "다음 주부터 일하러 올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듣는데 어찌나 기쁘던지.

 

당장 가겠습니다 해서 목, 금, 토, 일 일을 시작했었다. 덕분에 유학하는데 내가 생활비는 벌어 쓸 수 있었다.

 

학교 수업때문에 쉰다고 하면 케묻는 거 하나 없이 OK였고,

 

나를 살려준 가게라서 "슈퍼 산와"는 내가 아직도 좋은 이미지밖에 남지 않았다.

 

결과가 좋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여기는 수습기간부터 시급이 1000엔이라서 그 정평(?)이 난 가게보다 150엔 더 받았다

 

전화로 퇴짜를 맞은 그 가게는 얼마나 정평이 났으면 그렇게 사람을 싸게 부려먹으려고 환장을 했는지...

 

첫 1년 동안은 덕분에 무사히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진짜 우리 동네 "슈퍼 산와"는 너무 고맙다.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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